호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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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들이 갈 곳이 없다.해마다 5만여명이 암으로 숨지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호스피스란 말기암 등 현대의학으로 치료불가능한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줌으로써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하도록 도와주는 의료서비스.
중앙일보는 의학계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의학포럼을 통해 국내 호스피스의 실태와 대책을 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불확실한 몇개월의 생명연장을 위해 임종 직전까지 고통스러운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나. 호스피스는 사람보다 질병 위주로 치료가 이뤄지는 고질적인 현대의학의 병폐를 벗어나기 위해 시작됐다.
수술이나 항암제뿐만이 아니다. 몸에 덕지덕지 붙은 튜브나 주사바늘 자체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가톨릭의대 홍영선 교수는 "의사들은 말기암 환자들의 헤모글로빈 수치가 떨어지면 바로 수혈을 지시하지만 수혈은 환자에게 또 하나의 의미없는 번거로움에 불과하다" 고 지적했다.
의사에게 중요한 빈혈이 말기암환자에겐 사소한 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생존률 향상을 위한 노력이 경시돼선 안된다.
연세대의대 노성훈 교수는 "위암이 복막에 전이된 말기암이라도 암덩어리가 뭉쳐있는 경우라면 수술로 3년동안 더 살 수 있는 확률이 55%나 된다" 고 지적했다.
호스피스의 수용여부는 환자와 가족들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사는 역지사지(易之思之)의 입장에서 자신이 같은 병이라면 치료를 계속 받을 것인지 고민하는 조언자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 호스피스를 `송장 치르는 것` 으로 알고 있는 일반인의 시각도 문제다.
얼마전 위암에 걸린 인간문화재 김모씨가 치료를 거부하고 호스피스에 의존하다 숨졌는데 제자들이 의료진에 항의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호스피스를 치료의 포기로 오해한 탓이다.
호스피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마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떨쳐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울산대의대 김영식 교수는 "수년전 S의료원에서 말기암환자에게 20대의 마약주사를 처방했다가 행정당국으로부터 주의처분을 받는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고 털어놨다.
그러나 일반인과 달리 말기암환자의 통증억제를 위한 마약은 금단증상 같은 중독이 나타나지 않는다.
환자 1명에게 하루 동안 1백대의 마약주사를 놓아도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세계보건기구는 1인당 마약 사용량을 중요한 보건지표의 하나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1백위권 밖으로 중국보다 낮다. 문제는 환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남용. 예컨대 말기암환자가 갑자기 사망할 경우 남은 마약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의학교육의 부재도 문제다. 서울대의대 황상익 교수는 "질병에서 환자로, 치료에서 요양으로 현대의학의 추세가 바뀌고 있다" 며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호스피스를 가르치는 강좌부터 개설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호스피스 전문의 제도 도입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영국.호주.싱가포르.대만 등 선진국에서 호스피스 전문의가 배출돼 전문적인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의가 자칫 배타적으로 운용되면 또 하나의 옥상옥이 되어 오히려 호스피스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실적으로 기존 의사들이 호스피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하다는 것. 울산대의대 송규영 교수는 "하루 1백여명이나 되는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 환자들이 호스피스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 고 반문했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에서 호스피스에 대해 수가인정을 해주는 방안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성균관의대 한인권 교수는 "환자들은 대부분 죽기 서너달전 가장 많은 의료비를, 그것도 검증 안된 민간요법에 가산을 탕진하는 경우도 많다" 고 말했다. 불필요한 비용지출을 호스피스란 제도권 의학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것.
서울대의대 김창엽 교수는 "호스피스의 수가인정은 사회경제적인 비용의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으므로 비록 건강보험의 재정이 취약한 상태지만 장기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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